‘운 활용법’가르치는 이정일대표
"운명은 만드는 것, 우연은 없어요”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 여성미 흐르는 옷차림, 우윳빛 피부…. 이정일(28) 운테크연구소 대표의 첫인상은 의외로 평범했다. 또래 20대처럼 생기 넘치고 발랄했다. 어릴 적부터 점성술을 공부했고 세 권의 책을 썼으며 ‘운(運) 테크’ 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는 이력이 쉬 읽히지 않았다. 그러나 명함을 교환하는 동안 사람을 뚫어져라 보는 눈빛이 송곳처럼 날카롭다. 이씨는 “관상을 읽는 것이 습관이 돼 나도 모르게 그런 눈빛이 나오는 것 같다”며 수줍어했다.
그는 1년에 150~200개 회사·병원 등에서 강의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강의료를 받는다.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재학이라는 이력과 단아한 미모에 물 흐르듯 유창한 말솜씨는 성공한 강사가 되는 데 힘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강점은 독특한 강의 내용에 있다. 아홉 살 때부터 할머니에게서 점성술을 배웠다. 별자리·사주·관상·풍수 등은 혼자 공부했다. 강의 주제도 ‘자신의 운을 잘 활용하는 법’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자신의 강의가 ‘점(占)’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장점을 끌어내라고 강의해요. 결국 자기 계발에 대한 강의죠.” 별자리 점성학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태양·달·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 등 7개의 행성이 상징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중 어느 행성을 많이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특성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수성이 강한 사람들은 지적이며 호기심이 많고, 화성이 강한 사람들은 활동적이고 추진력이 있다.
그는 강의에서 자신이 어떤 행성의 성격이 강한지 파악하라고 권한다. “모든 사람이 다 창조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사람에 따라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많아요.” 이 대표는 최근 한 은행 지점장에게 “상사를 모시는 것보다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더 잘 맞는다”고 조언했다. 그 지점장은 승진을 포기하고 지점에 남아 고객을 늘렸고, 인맥을 기반으로 개인 사업도 성공했다.
이 대표는 강의 전 보통 3~4개의 주제를 준비한다. 그날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읽고 다수가 궁금해하는 것을 선택한다. 영업 직원들에게는 ‘고객 마음을 사로잡는 법’,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좋은 직원을 뽑는 법’ 등을 강의한다. “대치동 주부들을 상대하는 보험 설계사들에게 ‘모성(母性)이 강한 사람에게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강의했죠. 몇 달 후에 판매가 확 올랐다고 연락이 왔어요.” 부도 위기의 회사에서 강의하는 경우도 있다. “속사정은 말하지 않지만 다들 힘들어하는 것이 보이죠. 힘든 시기가 언제쯤 지나갈 거라고 말하면 눈물을 흘리는 직원도 있습니다.”
강의마다 이 대표의 결론은 같다. ‘우연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가 만드는 거예요. 내 안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면 운을 좋게 만들 수 있어요. 내가 바뀌어야 행운도 따라옵니다.”
홍주연 기자